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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3년 동안 쓴 이어폰들에 대한 생각

by mtoc 2019. 2. 7.


2016년, 대학에 입학하고 첫 과외를 4월인가 5월인가에 했었던 것 같다.

첫 과외비(!)를 받고 내가 제일 처음 한 일은 이어폰을 사는 것이었다.

너무 비싼 건 못 사고, 10만 원 남짓한 가격에 오르바나 에어를 샀던 것 같다.


1. 2016년 봄, 오르바나 에어

오르바나 에어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성비 좋았다. 소리는 몰라도 디자인이나, 파우치도 쓸만한 걸 준다.

파우치는 지금은 잃어버렸지만 넣을 때마다 귀찮다는 점 빼고 보관하기는 괜찮았다.

소리도 괜찮았다. 오픈형 이어폰 + 고음에 특화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잘 안 들어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클래식이나 피아노 소리가 잔잔하게 깔리는 보컬곡 듣기 좋은 이어폰이었다.

문제는 내가 보컬이 뒤에 깔리는 걸 좋아한다는 점...

사실 그것은 내가 착각하고 있던 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하고 산 다음 이어폰은 엄프로 30이었다.

시간이 흘러 2017년 여름방학,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 수중에 돈이 좀 있었나 보다.

그러니 35만원을 줘가며 이어폰을 산 것이다.



2. 2017년 여름, 엄프로30

umpro30-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나는 엄프로30에게 감사한다.

이 녀석 덕분에 더 이상 이어폰에 돈을 쓰지 않게 되었다.

이 녀석이 너무너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이게 35만 원짜리 소리라는 사실에 조금 충격을 먹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 금액이 커지면 가성비를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이어폰이란 2만원 대에서 5만원 대로 넘어갈 때 소리 다르고

5만원에서 10만원 대로 넘어갈 때 다르고 또 20만원 대로 넘어가면 차이를 느낄 수 있다지만...

40만 원 넘어가면 그냥 취향 아닐까 싶다. 아니면 거의 뇌이징일 수도 있고.

아무튼 엄프로30은 국내가는 창렬하지만 출시 당시에 400달러가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녀석도 취향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아니다. 애초에 웨스톤이 취향의 영역이었다. 나는 그걸 잘 모르고 발을 들여 놓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클리어 유닛도 예뻤고, 이어팁도 여러 개 들어 있었으며 케이스도 튼튼.

포장도 컴팩트하고 나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나에게 이어폰에 35만 원을 쓴다는 건 조금 사치가 아니었나 생각하며

절대 팔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거다 ㅋㅋㅋㅋ 마침 또 이걸 사고 나서 3개월 뒤인가 신제품이 나왔으니까.

엄프로30은 유닛 크기가 좀 크다는 거 빼면 참 잘 쓰고 있다.

실제로 flac일 때와 아닐 때가 차이가 느껴지고 아이돌 노래는 국내 최정상 작곡가들이 모여서 만드니까 사운드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다!

는 말이 뭔지 깨닫게도 해주었다...

다른 웨스톤 이어폰을 청음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엄프로30은 확실히 보컬이 뒤에 깔리는 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뭉개지는 건 아니다. 근데 그 보컬 백킹이 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음 분리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재즈 들을 때 좋다. 리뷰에서보던 그대로다. 재즈, 일렉... 사운드가 풍부해야 엄프로30의 강점이 나온다.

사실 피아노 소리도 나쁘지는 않다. 무난무난하긴 한데 드럼 때려주는 게 좀 아쉬울 수도...

여튼 얘는 단선될 때까지 함께다.

엄프로30으로 인해 나는 핸드폰을 슬슬 바꾸고 싶어졌다...

갤식스의 소리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왕에 좋은 걸로 듣고 싶어진 것이다.



3. 2017년 가을, 이어팟

earpod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나는 그래서 음질 리뷰를 꼼꼼히 따져본 뒤에 아이폰8을 구입했다.

아이폰을 왜 쓸까?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그냥 써보고 싶었던 거다. 거기에다가 언더케이지나 다른 음향사이트 리뷰도 괜찮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폰을 쓰고 나서는 엄프로30에 잘 손이 안 갔다.

변환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모니터링 이어폰으로 출시된 엄프로30은 줄이 길다는 게 단점이었는데

변환잭까지 연결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걸로 줄넘기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제적으로 이어팟과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후에 갤럭시 음질도 많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나는 간절하게 안드로이드로 가고 싶다...

v30이 엘지 것만 아니었어도 브삼공으로 갔을 것이다.

아무튼 이어팟은 고3 때도 썼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짝퉁을 산 건지 내가 기억하는 소리와 상당히 달랐다.

무난하게 좋아할 만한 소리였다. 베이스 둥둥, 이어폰에 5천원 쓰기도 아까워 하는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는 번들로서는 혁명...

아마 이어팟의 구조가 내 귀에도 잘 맞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닛 크기 때문에 맨날 빠져서

에어팟 구매는 고려조차 안 해보게 되었다.

이어팟을 쓰면서 느끼는 점은 애플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대단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애플은 사용자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애플에 맞춰가는 것이지...

그게 편해서 익숙해져 가는 것인지, 익숙해져서 편한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편한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 슬금슬금 다시 리시버를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어폰에 대한 글을 써보았다.

엄프로30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녀석을 영입하고 싶다.

하지만 노트북도 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녀야 하니 포기하려고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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