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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일기

혼자가 된다는 것

by mtoc 2019. 10. 27.



일본에서 사귄 친구가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갔는데

많이 외로워 보인다.

나는 그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아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당장 그의 곁에 있어주지 않는 이상 실질적으로 위로가 될 만한 건 없기에

간간히 인스타그램으로 쪽지를 주고 받으며 연락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만 가더라도

어떠한 이유로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시작이다.

그것도 아주 막막한...


일본에서 첫 3일 간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 정말로 답답했다.

그래서 혼자라도 밖에 나갔고 음식점이나 관공서에서 무어라 말을 나누는 것조차도

내게는 숨통이 트였었다...


내가 속했던 학과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으며

담당 교수조차도 전공과 상관없이, 한국인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정되었다.

나에게도, 그 분에게도 딱히 달갑지는 않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일본의 학교가 모든 유학생에게 불친절했던 것이 아니었다.

오사카 대학은 영어를 잘하는 유학생에게, 아니

영어 전형으로 들어온 유학생들에게만 친절했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인간관계를 처음부터 혼자 개척해나가야 했다.

나이가 아쉬웠던 적은 많았지만 이때만큼은 없었을 것 같다.

애들이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을 때마다 나는 1학년 때 어땠는가를 떠올렸다.

그래서인지 더 분했다.

단톡방에 올라오는 모임들에 웬만하면 다 갔다.

딱히 무리한 건 아니었다. 친구를 만들기가 나는 그렇게 어려웠다.


두루두루 친했지만 깊게 친해진 아이는 없었다.

그게 장점이 되기도 했고, 단점이 되기도 했다.

'한국인', '일본어 잘하는 외국인'인 것 이외에 나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는 적었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했다. 그래서 리액션이 늘은 것 같다.

별것 아닌 음식도 맛있게 먹고, 별것 아닌 말에도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그랬어도 여전히 혼자였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반년이면 떠날 사람하고 무리를 형성하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또, 아무리 나이가 상관이 없다지만 또래하고 어울리고 싶었을 거고...

그래도 마지막까지 배웅해주고, 시험 기간인데도 술자리에 어울려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지금도 인스타로 연락하고 있으니 나는 이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올 때면 종종 연락도 오고...


일본에서의 나는 혼자였다.

혼자였기에 할 수 있는 일도 있었고 혼자였기에 할 수 없는 일들도 많았다...

결과적으로는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의 무료하게 흘러갔던 시간을 다시 느끼기는 싫다.

혼자가 나쁜 것이 아니다.

그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냈던 내가 싫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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