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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일기

믿기지 않는다

by mtoc 2019. 7. 25.


일주일 뒤면 정말 이곳을 떠나는 건가
요즘 역을 가도 마트를 가도
다시 이곳에 오지 않을 것처럼 뭔가
믿기지 않는 기분이 든다

나는 이곳에 와서 다시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까
이곳은 살다가 다시 생각날 만큼의 장소일까
여기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기억해줄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우메다 같은 곳보다 익숙해져버린 이시바시역이나
이시바시의 상점가를 걷다보면 매번 나오던 그리운 느낌이 드는 음악들
키츠케 연습을 하던 강의실
셔틀 버스를 타고 가면 보이는 풍경들
이시바시역에서 학교까지 걸어올 때의 모습들
낮에도 밤에도 예쁜 기숙사 앞의 풍경
익숙해진 것들은 다 추억이 되겠지

한달 뒤면 평소처럼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겠지
일본어가 아니라 한국어를 들으면서
그냥 요즘 그런 생각들을 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빠른 일본 졸업
딱히 후회는 없다
다만 나는 이곳에 와서 나는 왜 여기있는 걸까
계속 생각했을 뿐이다

솔직히 한국에 계속 가고 싶었어
이 생각의 근원은 불안감이었다
일본에 있는 동안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
여기에서 차라리 나와 관련있는 연구실에 배속돼서
연구라도 했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중간부터는 어차피 이렇게 불안해해봤자
내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에
그냥 즐기자고 생각했다
그것도 제대로 잘 안 됐다
그렇게 말하면서 이곳에서 하고 싶은 건 거의 다 한 것 같다
애초에도 딱히 로망 같은 건 없었다

동아리에서 엄청 친한 애도 없었지만
나를 모르는 사람도 없었다
나에겐 그게 독이었다
나보다 적어도 세 살 차이...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물한 살 때에는 스물네 살 언니오빠들을
어떻게 생각했는가

같은 학교에서 만났을수록 나보다 한 살 많든 두 살 많든
언니오빠들은 어려운 존재였다
난 그래도 외국인이니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스스럼 없이 대해준 애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나에게 반말을 써준 애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나를 후배 취급 해준 애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그 애들은 내가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교환학생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나라가 어디든 간에 꼭 다녀와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인이 득시글대는 일본이라도 오사카라도
생각보다 한국인은 만나기 힘들며
바로 옆나라이기에 느끼는 쓸쓸함도 있고
때로는 눌러 살고 싶을 때도 있다는 걸
그 외에도 많은 걸 깨닫게 된다

2,3학년 때 왔으면 좋았을 걸 하고
다른 애들이 다들 교생갈 때 생각했었지만
내가 지금 오지 않았다면 올해 만난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파이썬을 배우지 않았다면
복수전공도 하지 않았을 테고
그때 프로젝트를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동아리 들어갈 엄두도 못냈을 것이며
교환학생까지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그리고 덕분에 지금 알고 있는 사람들도 몰랐겠지

나는 항상 그리고 지금도
내가 너무 느리게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불안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내가 이 속도로 살지 않았다면
놓쳤을 것들을 생각하면
각자의 템포가 있는 건가 생각하게 된다

난 이곳이 좋다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서 한국이 정말 좋은 곳이라는 걸
깨닫고 또 깨닫고 만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도 반대로 생각할지 아니면
나처럼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나는 정말 한국이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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